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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는 법 도구적 고민"파란펜"수요일의 글쓰기 2022. 12. 7. 10:59
파란펜의 기록, 그리고 지난주 부터 계속되는 고민 "표현하기"
흔하지 않은 일인데, 오랜만에 손으로 메모를 끄적이고 싶었다.
침대 머리맡에 살짝 보관해둔 노트 두권 중에 낙서를 해도 될 만한 노트를 집어서 펼쳐 들었는데,
예전의 감정과 생각들을 한껏 끄적여두었던 📝 노트
나 약간 반복적으로 행동하는 사람 이였구나?
적혀있는 노트의 글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정리는 전혀 되어있지 않을지언정,
지나가던 번뜩임을 최선을 다해서 잡아 놓은 흔적이었다.
210927
계속 파란펜이 생각나서 집에 오는 길에 파란펜을 샀어
그저 극 중 캐릭터가 사용하던 그냥 그런 아이템인데,
까만 종이에 첨삭해주던 그 파란 펜이 갑자기 얼마나 탐나던지 말야혹여 내가 누군가에게 화려하고 장황한 설명으로 당시 내 미친 파란펜의 브랜드 별 수집을 논했다면,
이제와서 이자리를 빌어 사과한다.
그냥 나는 오랜만에 꽃힌 캐릭터를 보고 원하는 파란펜의 느낌을 찾기위해
무려 약 5만원(혹은 그이상)에 가까운 돈을 소비했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집엔 꽤 필기감이 좋은 파란펜이 방, 거실, 가방 등지에서 쉽게 닿을 수 있게 비치되어 있다.
물론, 그 배우가 실제로 어떤 펜을 썻는지 관심도 없고 그 펜이 맞는지 찾지 않았다ㅋㅋㅋ
영상에서 보인 느낌을 내가 낼 수 있는 펜을 찾았을 뿐
그치만, "검은 펜" 이 없는 "파란펜"은 의미가 없다. 그저 조잡할 뿐이다.
파란펜의 메모를 보면서 최근에 본, 그것도 개봉보다 아주 뒤늦게 본 꼭 기록해두고 싶은 영화가 생각났다.
전혀 연결고리 없이 해당 리뷰를 못한 내가.
'헤어질 결심'
영화관이 잘 안되서 인지, 좋은 작품을 한명이라도 더 좋은 환경에서 보여주고 싶은
영화광인의 사랑인지 몰라도
개봉한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라도 극장에서 볼 수 있었음에 다행이였고
극장에서 본 나의 선택을 아주 감사하게 생각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소름이 돋았는데,
극장에서 나오고 나는 그걸 한마디도 제대로 원하는대로 풀어내지 못했다!!
난 왜 표현하지 못하는가,
왜 정리되지 않는가😭
생각했던 감상, 기술적 놀라움, 표현의 방식 좋았던 포인트
다 꺼내서 정리해 두고 싶은데 두서 없이 튀어나오고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 기록하지 않으면 잃어버리는 것들
전부 크게 한 뭉텅이로만 튀어나와서
고작 하는 게 '와.... 대박.....' 으로 끝 날 일 인가.
표현하지 못하는 멍청이가 될 때 마다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 크다.
좀 더 구체적으로 디테일 하게 비록 남들과 비슷한 감상이라도
스스로의 언어를 다듬어서 표현하고 싶은데,
글이던 그림이던 음악이던 사진이던 말이던 잘 풀어 내고 싶은데 표현 해내고 싶은데.
내 생각과 고민이 너무 짧은 건지....
일 할때 일목요연하게 함축하고 짧게 요약하고
감상할 땐 구구절절 풀어내고 싶은데 현실은 반대로 필요없이 구구절절 써내려가고,
하고싶은 말을 전부 안으로 삼켜 함축시켜버리다니 이 불공평한 뇌구조야...🧠
나는 사실 창작의 욕구가 너무 강해서, 잘하는 예시만 보고 빗대어 내 스스로 재능이 없다고 포기해버린 것 같다.
이상하게 그 시간의 파란펜은 작은? 내 욕구를 꾹꾹 담아 눌러 적어 두었더라.
연기하는 사람의 디테일을 크게 생각해본적이 딱히 없다.
그저 대본을 보며 휙휙 읽어내는 그들이, 같은 행동을 반복해내는 그들이 신기할 뿐이였다.
나는 심각한 몸치니까
몸의 움직임에 대한 기억력은 정말 꽝 이니까
너무 우스운 애기다.
그렇게 많은 글을 쓰고 읽고 분석하고 지랄하고 캐릭터 분석도 했으면서
난 그저 조금 나은 머리로 쉽게 읽어'만' 낸 것이다.
이상하게도 정말 갑자기 치고 들어온 그 배우의 연기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그 배우의 인터뷰에서
아역 배우의 연기를 여러번 돌려보며
연결을 왜 그렇게 선택했고, 왜 그런 움직임을 하는지
뭔가 오랜 고민을 하고 생각을 하고 그렇게 나온 결정과 행동들(까지만 적혀 있다 아마도 생각하다가 손이 아파 스킵 한듯)
그 "눈빛"이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사실 사람의 눈을 잘 들여다 보지 않는 내게
더더욱이 생각보다 많은 작품을 봤고 연기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았던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처음으로 디테일이 보였다.
궁금해졌다
마음을 울렸다.
그의 재능일까
나의 그에 대한 애정 일까정말 구구절절한 러브레터를 다시 꺼내 읽은 기분 이였다.
심지어 작품 이름 배우 이름하나 없이 저렇게 써둬서
그저 파란펜을 샀다는 시간 기점으로 무슨 작품을 봤는지 거꾸로 유추해봐야한다....
파란펜을 휘갈기며 써둔 내용들에 내가 웃기면서도 그날 본 감성을 적어둔 내가 신기했다.
이정도면 리뷰가 가능할 것도 같은데
마음이 애매해서 표현을 못하는 걸까? 표현해야한다는 조급함에 할 수 있는 것도 못하는걸까?
표현도 연습하면 될까 그냥 내가 재능이 없는 걸까
잘 하고 싶은 마음만 200%이지만 지구력 없는 오늘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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