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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타버리고 재 마저도 남아 있지 않을 때 바람에 흘려보내는 고백
충동성이 강한 나는 꽃히면 바로 진행하는 추진력을 갖지만, 늘 마무리를 2%씩 못하는 버릇이 있다.
학부때도 잘하고 싶었던 게 있었다. 나는 많은 시간을 쓰고 당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꼭 2%가 부족했다. 내 기준이 높은 건지, 내가 어렵게 한건지 아님 그냥 끝까지 안한건진 잘 모르겠지만
그 약간이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 나는 너무 잘하고 싶었는데 넘을 수 없는 그 작은 포인트에 디테일이
도저히 끝나지 않아서 우울했다. 나를 남과 비교했다. 뭔가 노력하거나 연습해서는 넘어갈 수 없는 그런 벽이
딱 막고서 가지 말라고 하는 기분이였다. 결과론적으론 그 이후 그 작업에 손을 대지 않는 내가 있지만
내 길이 아니였거나, 잘 하고 싶을수록 마음이 급해져서 조급해지니까 그 불안함을 견디지 못하고 놔버린거 아닐까.
내가 하던 일은 유독 그 분야에 대한 사랑이 필요했다. 애정이 없으면 그냥 공부한다고 본다고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였다.
몸은 고되고 끊임 없이 고민 해야 하고 파고드는 거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나아가야한다.
어느 정도 해서 숙련되는 기술직이면서도 트렌드를 끌고 가거나 같이 가야하는 일, 무슨일이건 간에 비슷하겠지만
보상도 적은 정말 그냥 그 사랑 하나로만 한다 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여전히 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단했다.
1%의 천재들과 20% 망나니 그리고 메인축 30% 갈려나가는 50%로 이뤄져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고 싶었다.
좋아했었던 것 같다.
그냥 나름 잘 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근데 사람이 싫었다 같이해야하는 그 남아 있는 얼렁뚱땅이들이 싫었다.
나는 눈치 스윽 보고 안될 것같으면, 망할 것 같으면 도망가는 타입인 것 같은데 계속 도망만 다닐꺼 같아서
진짜 울며 겨자먹기로 버텨봤다. 더이상의 도망은 나한테 득이 될 게 없을 것 같아서 바닥을 찍고 찍으면서 버텼다.
그렇게 나한테 남은 엔딩은 미련도 없는 사랑의 끝이였다. 그렇게 15년간의 외사랑이 끝이 나버렸다. 고이 접혀서.
버려진 기분이랄까. 끝을 보면 남는 거라도 있겠지 했는데 회사가 망해서 다 같이 쫓겨났다. 그렇게 결단 내고 나는 끝냈다.
아직 1년까진 안됬지만, 많이 헤맸다 지금도 새 도전을 하면서 헤매고 있다. 끝난 사랑을 뒤돌아 보는게 아니라
그 시간동안의 내 시간이 아까워서 모든게 허무한 기분이였다.
그걸 사랑했던건 맞을까. 사실은 일찍이 끝난 사랑인데 해보고싶은 미련에 이제까지 질질 끌고 온건 아닐까
내 친구들을 보면서 일에 무슨 사랑이니 싶은데 나는 그 맘으로 버텨왔고 그 힘으로 살아왔던 것 같다.
끝나니까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게 됬다. 너무 큰 허무함에 갇혀서 뭔가 나도 모르는 나의 뭔가에 집착하게 된 기분이다.
오늘 무언가 때문에 다른 분과 잠깐 애기를 나누는 와중에 앞으로 진행될 프로젝트에
본인이 폭주기관차 처럼 나아가면 잘 정리해달라고 하는데 그 나오는 힘이 부러웠다.
그리고 역시나 나는 또 내 힘듬에 답을 빠르게 찾았다.
오늘 글을 쓰게 한 원동력이기도 했는,데 번아웃이란 많이해서 탄게 아니라
그렇게 까지 해서라도 해내고 싶은 뭔가가 있었으나, 이렇게 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안돼지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는거지, 이게 이럴만한 일인가 라는 글을 읽었을 때 였다.
그 사람은 나 같은 좌절의 현타를 별로 느껴보지 못했겠지 혹은 그런거 따위 개의치 않았거나
나는 계속해서 맞지 않는 옷을 들고서 나한테 맞다고 우기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실은 마음 속에선 알고 있었던 거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지? 뿌듯함도 적절한 보상도 돌아오지 않고 그대로 파사삭 식어버리는 그 걸.
일찍이 엔딩을 만났는데 내 미련이 그럼에도 뭐가 있을 거라고 붙잡았던 것 같다. 내 사랑이 이렇게 밖에 답을 해주진 않을꺼라고
다음에 가면 있을 꺼라고 꿈과 기대의 환상에 나라에 있었던 것 같다. 결국 만난건 잿더미인데
그 시간이 아깝다는건 아니다. 그저 지금 나가는 시간에 대해서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됬을 뿐이다.
큰 데임으로 작은 도전조차 의심하고 있는 마음을 조금 정리하고 털어내고자,
집중 못하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조금 더 필요해서 나를 자꾸 정의 하고 싶어지는 마음에
그냥 하면 된다는데 나는 그 그냥이 참 안된다.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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