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아갈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
누군가와 사랑하고 싶다면 혼자 온전히 있을 수 있을 때 같이 있을 수 있다 라는 말이 있다.
외로운 시간을 견디는 거야 말로 진정한 어른이라는 뜻일까?
가족과 있다보면, 자연스럽게 누군가가 있지 않아도 외롭지 않을 수 있고
오히려 더 내편이 되어 줄 누군가를 찾아서 의지하게 될 수 도 있는 것 같다.
진짜 혼자 있는 시간은 물리적으로도 혼자 사는 것 까지 포함 되는 것 같은데
첫 회사 기숙사 부터 지금까지 혼자 아닌 혼자로 살고 있는 중으로
온전히 집을 스스로 관리하다보면 보이는 것들, 시간들 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누구는 혼자 살면 외롭지 않느냐 라고 하는데, 따듯한 온기 불켜진 집 이런거 너무 다들 환상 속에 사는 것 같다.
물론 사람마다 다른 이야기지만, 밖에서 사람에 치이고 치이다 오면
혼자 있는 공간, 고요한 그 곳이 큰 위로가 될 때가 있다. 뭘 안해도 되고 하고싶은 걸 맘대로 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
가족과 있다고 해도 방 안에 혼자 있으면 된다고 하지만, 방문 밖엔 누군가 있으며
성향에 따라서 계속해서 말을 걸거나 같이 있고 싶어하는 구성원이 있을 수 있고 반대로 군중 속 고독이라고
집에 사람이 있지만 묘하게 공감대 없고 위로 안되고 그들에겐 걱정이지만
나에겐 스트레스 인 무언가에 대해서도 은근한 압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니, 불꺼진 집이 춥다 느껴지면 그 집의 단열이 안되는 문제이니 따듯한 집을 찾아서 이동하도록.
불 꺼진 집에 불을 밝히고, 내가 원하는 온도로 맞춰놓고 개인의 취향에 맞춰 조도를 밝혀놓고 하는 순간의 행복이 있다.
온전히 나의 취향을 갖는 곳
한달을 살더라도 아프거나 힘든날 집에 가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 것 같은, 나를 온전하게 받아주는 집에서 살고 싶다
by. 취향껏 살고 싶은 사람을 위한 안내자
가족과 산다는게 꼭 내 취향을 반영 할 수 없다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현관 앞 자석 하나, 깜깜한 방에 켜놓은 내 취향의 조명 하나
(번외로, 형광등의 불빛 아래 살아온 한국인 우리들은 밤에도 심각한 빛공해 속에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밤늦게 잠들지 못하는 건 환한 형광등 아래 너무 오랜 시간동안 각성되어 있어서 그런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바닥이 좋아서 모든 걸 좌식 생활 할 수 도 있고 앉았다 일어나는거 조차 귀찮아서 입식 생활로 맞출 수도 있다.
엄마가 사준 꽃 이불 말고 내가 원하는대로 호텔식 폭닥폭닥한 이불일 수도, 하얀색 손이 많이 가는 이불일수도 있고
물렁물렁한 매트리스에 베게를 왕창 깔아서 포근 하게 지낼수도 집에 의자를 종류별로 사다놔서 혼자 사는 집에
의자가 6개나 목적 별로 취향별로 둘 수도 있고 (이건 내 애기다.... 동생이 의자가 왜케 많냐고 매일 혼낸다)
꽃이 그려진 포트메리온 세트 그릇이 아니고, 다이아몬드 가루 들어있다는 코렐 그릇 아니고
원하는대로 유럽식 빈티지 식기를 쓰거나 단아한 느낌의 화소반 식기를 쓸 수도 있는 거다.
테이블 위치, 침대 머리의 위치, TV 여부 마저 결정하고, 어디서 어떻게 무얼 할지
내공간의 처음과 끝을 온전히 관리한다는 것.
그 시간과 의미가 갖고 있는 건 상당히 크다.
그래서 혼자 있는 공간 그 집을 온전히 혼자서 돌본다는건, 정말 노동 집약체 그 이상이다.
집안일이라는게 정말 뒤만 돌면 일거리 천지다.
왜 방금 청소기를 돌렸는데 머리카락은 떨어져 있으며, 물 한잔 먹어도 컵 설겆이가 나오고
요리 한번 하자니, 집에 간장 소금 설탕 식용유 하나하나 다 사야하고 재료 하나하나 다 손질 해야하고 요리 끝나면 환기해
쓰레기 버리자면 쓰레기 봉투도 사야해 설겆이 끝나면 끝인 줄 아나? 종종 그 배수구 안까지 관리해주지 않으면
끔찍...😵💫
화장실은 그냥 있는 것 같죠? 2~3일만 관리 안하면 세면대 물 때며, 변기에도 분홍색 곰팡이 올라오고
머리카락은 또 왜이렇게 빠지는지 사방팔방 머리카락에 난 분명 버린 적도 없고 치우기만 하는데 머리카락때문에 수채구멍 또 막혀
그럼 락스 사다가 닦아주고 치워주고 해야지
세탁기는 그냥 돌리기만 하면 끝인가... 세제 통도 가끔 꺼내서 싹싹 씻어줘야해 먼지통도 청소 해줘야해
(이거 쓰다가 뜬금없이 세탁기 청소를 시작해서 화장실 청소까지 하다가 왔다)
세제는 어떤 향을 쓸지, 친환경에 가까운걸 쓸지 실내건조를 쓸지 외부의 세균까지 항균해준다는 걸 돈을 더 주고 쓸지
그냥 오늘 마트에서 제일 싼걸 쓸지
(개인적으론 취향이 가득 반영된 선택을 하는 편을 선호한다.)
샴푸는 어떤 향으로 쓰고 주방세제는 잔여물이 안남는지 등등 진짜 심각하게는 수세미 모양까지....
*참고로 얼마전 까지 동생이 떠준 오리모양 수세미를 썻다 :)
결국 내가 고른 하나하나에 우리집 현관을 열었을 때의 향기를 결정하니까 🫢

정말이지, 나 혼자 책임지고 탓할 사람이 없으니 망정이지
이 작은 집도 때빼고 광내는 것 까진 아니야도 자잘자잘하게 할 일이 태산이다. 나 혼자 지내는데도 뭔가 일감이 계속 나와
오늘 산 물건의 포장재는 플라스틱이 또 왜이렇게 많은지 택배 2개만 오면 쌓이는 분리수거며....
둘이 살면 더 생기고 넷이 살면 얼마나 많은 걸까.
미뤄두지 않는 한 아침에 눈떠서 잠들 때까지 정말 무한 노동의 반복이다.
이쯤되니 House wife 가 얼마나 미치고 환장할 노릇의 직책인지 아주 10분의 1만 이해할 일이다.
종종 집에 오빠가 하루만 있어도 돌아서면 늘어나는 일거리에, 손님을 넘어 같이 지내는 존재다 보니
잰 왜 내 물건들을 제자리에 두지 않는 건지 밥을 먹고 그릇도 안 치우고 앉아 있는 건지 작은 집안일도 안 할때면
그렇게 열이 받고 짜증이 났다 (반대의 장소에선 내가 그렇게 드러누워있으면서 ㅋㅋㅋㅋㅋㅋ)
나를 떠나서 다른 누군가도 결혼하고 집안의 노동이 온전히 한사람의 몫이 되거나 한쪽으로 쏠리면 진짜 매일 싸울 것 같은 심정
이부분은 여자든 남자든 혼자 살아서 집을 관리해본 사람과 결혼하라는 말이 어른의 지혜다.
물론, 부모님이 상당 부분 많이 관여한 사람들도 많긴 한데.
그래도 부모님과 한 집에 평생 산 것과 나와서 혼자 관리해 본 건 정말 천지 개벽 하늘과 땅의 차이 인 것 같다.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해! 하는 징징 말고 집안의 온기에 감사함을 알게 되고,
이 귀찮고도 행복한 노동의 가치를 알고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아무튼 누군가와 산다는 건, 집을 나누고 공간을 나누는건 정말로 심각하게 고민하고 결정할 문제이다. 진지함
내가 좀 더 예민하고 유별난게 있긴 하지만.
오죽하면 친동생이, 너가 누군가과 함께 산다고 한다면 꼭 너랑 6개월 이상 동거 해보고 다시 결정하라고 조언할꺼야 라고 말한다
유일하게 내 진상을 일평생 같이 살면서 통달한 그녀는
내가 짜증을 안내는 범위를 알고 서로 각자의 삶을 나눠서 공간을 쉐어하고 있다ㅎㅎㅎ

아마 누군가에게 다시 부모님 집에 들어갈지 물어본다면, 나는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
지출도 신경쓸 일도 노동력도 배가 되지만
온전히 독립된 공간이 주는 안락함과 뿌듯함 그리고 자유로움의 가치와 행복이 정말 크다는 걸
혼자서 있어봐야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이고
이 공간의 행복을 알고 이해하고 있으며 같이 구성해 나갈 사람의 기준을 알게 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