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을 찾아 떠나는 여행

영국 남부 어학연수 홈스테이 그 후 7년,

베스티에래빗 2023. 11. 14. 02:28

영국남부여행 이스트본 영국홈스테이

무려 7년이나 된 어학연수 시절 홈스테이 찾아가기

 

누구나 그렇듯이 한번 지나간 해외 지역을 다시 가는 건 솔직히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맘을 먹고 다시 가려고 하면 얼마든지 갈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7년 전 영국 남부에서 어학연수를 끝나고 짐을 한국에 붙이고 약 7개월 동안 같이 지냈던 

내 홈스테이 가족, 존과 크리스에게 인사를 하면서 3명 다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고 그때 약속 했다.

꼭 다시 돌아와겠다고..!

첫 회사를 흔들리는 바람결에 마음이 흔들려 퇴사를 하고 난 늘 그렇듯 어디서 그렇게 갑자기 돈이 생기는 기분인지

19년도 내 생일 날, 누워있던 방 안에서 메일로 들어온 캐세이퍼시픽 특가로 왕복 유럽행 비행기를 또 다시 결제 했다.

어학연수가 끝나고 2년 반만에 나는 다시 이스트본 시골로 돌아가서 만났다.

2019.03

물론, 어학연수가 끝난 시점부터 지금까지 거의 한달에 한번 정도씩 이메일로 안부를 주고 받고 있으며,

생일과 크리스마스마다 카드와 선물을 보내고 받고 있다.

현재 사진첩에 갖고 있는 이미지만, 매해 생일과 크리스마스 카드, 그리고 선물을 보내주신다 물론 카드는 다 보관하고 선물을 거의다 냠냠.

 

20년도에 갑작스럽게 존이 내 생일 축하 메일을 마지막으로 2일 있다가 하늘나라로 가게되었다.

당시는 유럽까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서 점차 락다운되던 시기라

영국을 갈 수 없었고 따라서, 장례식에도 갈 수 없었다 ㅠㅠ

정말 좋아하던 친구의 마지막 인사도 할 수 없다 라는게 정말 많이 무기력 해졌던 시간이였던 것 같다.

이 후엔, 혼자 남은 크리스가 걱정되기도 하고 쓸쓸해 하는게 너무 느껴져서

더 친밀하게 메일을 주고 받으며 그녀를 위로하면서 3년을 보냈다.

 

언젠가 꼭 다시 편하게 여행을 갈 수 있는 날이 되면 꼭 돌아가겠다고 약속을 했고

올해 1월이 되면서 뭔가 다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추석 연휴를 맞춰 비행기표를 구매해 두었다. 두근두근~!

 

갑작스럽게 7월에 내 거처에 변화가 생기는 바람에, 10일짜리 추석연휴 여행이

1달짜리 유럽여행으로 변했지만 알게뭐야 일정 늘어나서 신나! 

3일짜리 방문에서 1주일짜리 추억여행 및 휴식이 되어 마치 고향집(?)으로 가는 마음으로 이스트본으로 이동~

기차타고 이동하기는 길 :) 넓은 초원이 기분을 아주 좋게 해주고요

 

드디어, 4년 반만에 Home Home sweet home~

저의 영국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지낼 때도 친구 처럼 멀리 놀러온 친척 처럼 잘 돌바주신 스윗한 패밀리 였는데

또 보자마자 왕왕 큰 허그 하고 반가움에 눈물 슬쩍 

7년전에도 4년전에도 한결같이 똑같은 집에 똑같은 인테리어 모든게 그대로라서 더더 익숙했고

시간은 흘렀는데 변치 않고 나를 기다려준 느낌이 너무 좋았다.

다람쥐 2마리 숨은 그림 찾기

귀여운 다람쥐가 놀러오는 정원만 조금 달라졌다

살면서 처음으로 정원관리도 해봤음! 

이전엔 크리스가 혼자서 뚝딱뚝딱 했는데 나이가 들어서 다리가 아픈 것도 있고

오래된 사랑하는 파트너가 떠나면서 기운도 많이 잃고 많이 무기력 해지신... 😢

나한테 슬며시 정원 청소를 도와줄 수 있냐고 물어보시더라

나는 당연히 of course! 를 외치며 둘째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정원 쓱싹쓱싹 🧹

다른 집에 비해서 정원도 크지 않은 편이고, 청소하고 관리하기 편하게 해둔 정원인데도

벌레가 얼마나 많은지 ㅠㅠ! 생각보다 진짜 힘들었다.

영화에서 미국인들이 주말마다 정원에서 가드닝에 모든 시간을 투자하는 이유를 알았어 

(그래서 항상 정원에 나와있고 이웃들을 지켜보고 하이~ 하고 내가 봤어!! 가 되는지도 ㅋㅋㅋㅋ)

예쁜 것도 좋지만 정말 정원 일은 생각보다 손이 정말정말 많이 가고 쉽지 않았음...!

매일같이 식사와 수다수다를 떨던, 다이닝 공간

매일 아침엔 토스트와 커피를, 저녁 레드 와인 한잔 혹은 화이트 와인 한잔 종종 맥주를 곁들이며 

약 1시간 가량 오늘 하루 들은 이야기, 한국에서 있던 일 그리고 존과 크리스의 젊은 시절 이야기들을

도란도란 떠들던 곳 :) 

이젠, 더이상 술도 안드시고 요리도 아주 아주 간단하게만 해서 드시는 공간이 되었다.

이 집에서 두 분 제외하고 제일 오래 지냈던 사람이 나라서, 같이 지내던 추억 애기도 많이 하고

유독 내가 존과 크리스 반반 취향이나 성격이 비슷한 부분 공감대가 많아서 맞아맞아 그땐 그랬지~ 하면서 이야기도 많이 했다.

과일도 냠냠 먹고
존이 좋아하던 와인이 아직도 남아있어서 옛날 같이 지내던 시절을 추억하며 한 잔
아침메뉴는 고정! 통밀 반반 토스트에 버터 챱

 

오래된 공간인 만큼 시간이 차분하게 쌓여 있는 집

크리스가 정리해둔 두분의 앨범들과 서류들 그리고 오래된 책들이 있는 창고 방
내가 지내던 방! 처음과 똑같이 준비해주셨다 ㅠㅠ
크리스 친구들과의 약속에 초대 받았다! 방 안 달력에 스윗하게 메모까지

하나하나 나를 기다리신 흔적이 너무 가득해서 찌잉 ㅠ_ㅠ

침대 옆에 꽃을 놓고 내가 있는 1주일 동안은 일도 쉬시고 나랑 같이 있으면서 엄청난 휴가라고 해주시며

방에 마실 물도 채워주시고, 침구도 새로 준비 해주시고 간식거리도 이것저것 준비 해주시고 ㅠㅠ

다시 찾아줘서 너무너무 행복하고 고맙다고 하셔서 내가 더 감사 했다.

올 해 너무너무 힘들었는데 더더 힐링 받고 따뜻한 말들 많이 해주셔서 기운 정말 정말 많이 받고 왔다.

저녁엔 항상! 따듯한 음료 - 커피나 차 한 잔 준비해서 티비 앞으로 해쳐모여!

늘 같은 자리에서 매일 다른 드라마, 다큐멘터리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

이번에도 늘 똑같이, 밍밍한 영상들 보면 추억 여행

루틴은 어학연수 하던 시절이랑 그대로 똑같다ㅜㅜ

 

디지털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계서서 그런지 같이 천천히 흐르는 시간을 하나하나 느끼면서 살았다.

하루종일 크리스가 갖고 있는 루틴을 따라,

7시에 일어나서 아침먹고 샤워하고 집안일이나 필요한 것들 하고

점심 먹고 오후에 각자 잠깐 시간 보내고, 낮잠 자고 저녁 준비하고 저녁먹고 치우고 나면 거실에서

티비 보면서 따듯한 것 마시고 수다 떨다가 저녁 9시에 올라가서 씻고 누워서 정리하고 자고

 

늘 바쁘고 치열했고 머리속이 볶잡했고 알람이 울리고 사진을 찍어대고 시끌벅적하게 살던 삶에서

대학교 4학년 마치고 방황하던 시기에 도착했던 이 집은

두 분이서 온전히 서로를 배려하고 사랑하시고, 친구들과 따듯한 시간들을 보내고,

이방인이였던 나를 따듯하게 품어주고 아무 것도 따지지 않고 온전히

응원해주고 아껴주셨던 분들과의 시간.

7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유지하고 계시는 삶이 이상하게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서울에서 바쁘게 치이는 시간들만 있었다가 집이 주는 공간의 힘과 살아가는 여유를 배운 곳,

 따듯한 시간과 삶을 살 수 있겠다라고 처음 느꼈고, 여전히 느끼게 해주는 곳이였다.

 

흔하게 가는 어학연수에 흔하게 지내는 홈스테이지만, 7개월이 7년의 인연이 되었고 앞으로 더 긴 인연으로 남을 시간

내가 운이 좋았던 거 일 수도 있지만, 이 분들은 내가 오기 전 그리고 내가 다녀간 후에도 학생들이 계속 드나드는 집이였고

아주 오랬동안 홈스테이를 운영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학생과 이렇게 인연이 닿아서 오랬동안 자주 연락하고 애정을 가지신 사람도 없다고 하셨다.

관계랑 인연은 정말 서로가 잘 맞아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처음 갈 때 부터 살고 계신 공간에 내가 들어가는 거라서 먼저 조심하고,

루틴과 규칙을 지키고 친해질려고 약간은 노력하면서 같이 시간 보낼려고 했던 것들이

알아봐주시고 더 베풀어주셨던 것 같다.

쉽게 갈 수 없지만, 갈 때 마다 설레고 그대로 그 자리에서 지키고 있어서

그리고 서로 알게 된 시간만큼 언제든지 환영해 주신다고 해서

리틀 포레스트의 김태리가 다시 돌아간 시골 집같은, 휩쓸려서 변할 공간이 아니라

언제든 원하면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은 한국 외에 안식처 같은 공간이랄까.

 

다시 한 번 감사한 시간 이였다.

P.S. 밥 때만 되면 와서 문 앞에 기다리던 다람쥐 친구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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