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의 글쓰기

어느새 지나가버린 수요일들에 대하여

베스티에래빗 2023. 4. 17. 21:23

확신과 자신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은 어디서 오는가.

언젠가 이야기 했던 어느 순간이 되면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아주 오래동안 있었는데
이 문제로 꽤 오래동안 이해 받지 못했고 여전히 이해 받지 못하며 나조차도 이해하지 못한 고민의 포인트가 있었다.
 
요즘 또 다시 생각이 많아져서 나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하는데
기문선배 작업실에 갔다가 예전에 했던 영화들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나는 왜 다 조연출 이거나 미술감독 이거나 아무튼 스텝 이였을까
보여줄만한 내 연출작이 없었을까 
부딪치고 깨져도 해봐야할 성취 같은데 왜 안해봤을까
나는 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불현듯 지금도 나는 하고 싶은 이야기, 그리고 하고 싶은 소재
그러니까 진심으로 사랑한 대상이 없었다.
취미든 사람이든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마음은 어디서 나오며 그 확신은 어디서 드는게
그런 것들이 너무나도 궁금해졌다.


여기서 멈춘 후 임시저장해 두었다가 어제 만난 글쓰기 모임으로 갑자기 요일에 중요하지 않게.
집중해보자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그 순간을 마주쳐 버렸다.

오랜만에 차를 가지고 가던 출근 길
꽉 막혀 있던 종합 운동장 앞 그리고 운전석 옆으로 잔뜩 흐드러지게 심어놓은 화단의 알록달록한 꽃들
아마도 튤립과 팬지와 등등의 그냥 마구잡이로 심은게 아니라 아트를 해놓은 듯한 그 길을 따라 멈춰 있는데
제목은 모르지만 너무나도 익숙한 음악이 들려왔다.

Last Carnival
제목도 모르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왜 한번도 해보지 못한 가슴 절절한 기분이 들고 눈이 가득 내리는 거리에 쓸쓸함이 느껴지는 걸까
아주 오래 전에 헤어져 만나지 못한 연인을 다시 찾아다니는 것 처럼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시절 아마 내 인생의 절반을 메웠던 사람들과 관련해서
접한 것들이 정말 많았는데 이것도 그것 중에 하나 일 것이다.

시너지스페이스의 환락의 도시

폄하받으면 폄하 받을 음지의 문학 이자 내 고 3 시절 구원자.
작가님이 그날 올리는 스토리에 맞춰서 꼭 bgm 을 셋팅 해 두셨는데
많고 많은 음악들이 있었지만
이 음악과 함께 읽었던 내용들이 그렇게 사무치고 아련한 감정의 주인공의 심리와 너무 잘 들어맞았다.
청승맞아지고 한번도, 앞으로도 쉽게 만나지지 않을 그런 절절한 천년의 사랑을 꿈꾸게 했다.
아마 그걸로 땅굴을 파고 들어갔지 나는

그러고 더이상 새로운 팬들의 작품을 읽지 못했다.
같은 이름의 비슷하지만 다르게 구성된 그 글들 중 저 캐릭터들을 잃고 싶지않아서

그러면서 생각났다.
내가 정말 정신나가서 살고 좋아했던 시절들이
그리고 해보고 싶은게 너무 많아서 두근거렸던 내 시간들이

어쩌다가 허무함에 빠져서 나는 그 마음을들 그 기억들을 다 잊어버렸는지도 모르게
살짝 비치는 황사낀 하늘의 노란 햇빛도 길

막혀서 5분째 한 도로에 서 있으면서 보고 있는 화단의 꽃도
듣는 순간 소름과 어디서 온지 모르는 감정들이 뒤덮어 버리는 오늘 아침에

나는 내 반짝임들을 다 뺏겨서 허무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구나

그냥 마냥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어서 두근 거리면서 찾아봤던 시간들도 생각나고
어느 시점에 잃어버려서 지금 초점을 잃어버린 사무실의 내 눈빛이
내가 정말 당차게 해보고 싶어서 들어온 것도 잊어버린 채

왜 왔는지도 모르고 그대로 회사에 찌들어버렸구나

이래서 보고 듣고 향기 맡고 복합 감각이 무섭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잊어버리고만 있던 익숙한 전주 한줄에 팔에 소름 들면서 잊고 있던 감정이 떠오르다니.

글이지만 너무 절절해서 읽다가 그대로 온 감정이 다 쏟아져나왔던 어마어마했던 그녀의 문장들이
익숙한듯 비슷한듯 뚱땅거리는 음악이 아닌 감정을 갖고 있는 음악들이
진짜 오랜만에 활력을 넣어줬다
내가 뭘 향해 가고 있었는지 뭘 하고 싶었는지 조금 알 것 같다.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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